▶노부부의 떼배 인생
삼척시 원덕읍 갈남항에 사는 김광수, 김종옥 부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이들에겐 누구네 자가용 부럽지 않은 배가 있다. 10년에 한 번씩 오동나무를 엮어 직접 만드는 떼배다. 두 사람 몸을 싣고 물고기며 톳을 욕심내지 않고 올리면 딱 맞는 아담한 크기의 이 떼배를 타고 두 사람은 바다를 오가며 2남 2녀를 키워냈다. 남편은 노를 젓고 아내는 바위에 올라 톳을 베고 고기를 거두고.. 망망한 바다 위 조각배에 의지한 삶이었지만 손발 척척 맞는 동반자가 있어 든든했던 지난 60년이었다.
▶장난꾸러기 아내와 무뚝뚝한 남편의 환상궁합
귀가 잘 안 들리는 할아버지는 말수 적은 무뚝뚝한 강원도 남자. 그런 할아버지를 시시때때로 웃기고 녹이는 할머니는 동네에 소문난 흥 부자다. 글은 모르지만 텔레비전에서 서너번 들은 노래는 모조리 외운다. 노를 더 힘차게 저어라 지금 방향을 바꿔라.. 배 위에서 티격태격 하다가도 할머니의 노래 한 자락, 장난 한 번이면 사르르 녹고 마는 할아버지의 마음.. 몸은 80이지만 마음은 20대와 다르지 않다.
▶나이 들어감. 그 서글픔을 지켜봐주고 보듬어주는 사람
젊었을 땐 오징어 배를 타고 울릉도와 독도, 동해를 누볐던 할아버지. 이제는 늙고 기운 빠져 떼배 한 척내 마음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서글프다. 나날이 쇠약해져 가는 할아버지를 보는 할머니는 냉장고에 물병을 꽂아두는 작은 일에서부터 할아버지를 가르치려든다. 행여 자신이 먼저 떠나더라도 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청춘은 기억에 선한데 시간은 붙잡을 길 없이 흘러와버렸다. 나이 들어감. 그 서글픔을 바로 옆자리에서 바라보고 안아주는 80대 노부부의 바다 끝 사랑이다.
▶한 날 한시에 떠나고 싶은 마지막 소망
"아프지 말고 그냥 저냥 이래 살다가 가는 거지 뭐. 한 날에 같이 가야 하는데, 아까운거 내버리고 가면 어케. 할바이 아까워." 바다에서든 밭에서든 두 사람은 붙어있다. 할머니 옆에 꼭 붙어서 지켜보다 묵묵히 뒤치다꺼리를 하고 작은 부탁도 한 번 싫은 내색 없이 들어주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있어 할머니는 참 든든하다. 나물을 뜯고 해초를 튀겨 할아버지를 위해 한 가지 반찬이라도 더 만드는 할머니, 할머니가 노래 부르면 옆에서 빙긋이 웃는 할아버지. 노부부의 소원은 이제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한 날 한시에 떠나는 뿐이다.
※ 이 영상은 2018년 5월 12일에 방영된 [다큐 공감 - 노부부의 바다 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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