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배 제작과 관리

떼배는 울진 지역의 미역 채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통 무동력선이다. 조간대와 암반 지형이 많은 울진 연안은 일반 어선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다. 이러한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오동나무를 엮어 만든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배, 즉 떼배를 사용해왔다. 바닥이 평평하고 가벼우며, 얕은 수심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떼배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미역 채취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떼배의 재료와 구조

떼배의 핵심 재료는 오동나무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습기에 강하며, 물에 잘 뜨고 단단하기 때문에 떼배 제작에 최적화된 재목이다. 보통 7~10개의 마른 오동나무 판을 가로로 나란히 놓고, 각 판에 구멍을 뚫은 뒤 고로쇠나 철심을 활용해 연결한다. 이렇게 완성된 바닥판이 떼배의 기본이 되며, 그 위에 노를 설치할 수 있는 노지게, 노를 끼우는 노좆, 방향을 조절하는 삿대와 박노가 장착된다.

제작 과정과 공동 작업

과거에는 마을마다 목재를 구해 손수 떼배를 제작하였고, 이는 공동체의 협업 과정이기도 했다. 오동나무를 손질하여 크기를 맞추고, 다듬고, 깎는 일은 보통 2~3명이 함께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으며, 한 척의 떼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5일에서 일주일가량의 작업 시간이 필요했다. 도구와 설비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대패 대신 칼과 도끼로 나무를 일일이 밀고, 다듬어 가며 제작했다. 떼배 제작은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면서 동시에 마을 내 기술자나 노인의 지혜가 전수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유지와 수리

떼배는 전통적으로 1~2년 주기로 수리를 반복하며 사용된다. 미역 채취가 끝난 후에도 떼배는 보통 마을 공터나 해변 모래사장에 보관되며, 해가 지날수록 마모되거나 갈라진 부분은 새로운 나무로 보강되거나 전체 교체가 이뤄진다. 과거에는 막걸리 한 잔에 수리를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공동체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기술 전수와 협업이 이뤄지곤 했다.

떼배 운용 방식

채취 작업일, 떼배는 보통 해가 뜨기 전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끌어낸다. 물때에 따라 시간 조절이 필요하며, 바위가 많은 지형에서는 삿대로 방향을 조절하고, 넓은 해역을 이동할 때는 노를 젓는다.
떼배는 파도에도 흔들림이 적고, 바위에 부딪혀도 손상이 거의 없어 울진과 같은 거친 해역에서도 작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떼배와 공동체

떼배는 단지 물건이 아닌 마을 공동체의 삶과 연결된 상징이다. 과거에는 떼배를 가진 이가 따로 있었기보다는 조별로 공동 소유하거나, 제작자가 막걸리 한 잔을 받고 떼배를 기증하는 문화도 있었다. 어촌계 내부에서는 미역을 가장 잘 자르는 기술자나 떼배 운행에 능한 이에게 일부 수익을 우선 배분하기도 했으며, 이는 공동체 내의 역할 분담과 상호 존중의 형태로 작용해왔다.

현대 어업이 대형화되고 기계화되는 과정에서도 떼배는 울진의 미역 채취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기술이다. 이는 단지 생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환경에 맞춘 생활기술로서 지역 공동체가 축적해온 집단 지식이자 문화유산이다. 떼배 제작과 운용은 단순히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라,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울진만의 바다 대응 방식이며,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도 전통 기술로서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