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선별과 열기
울진의 미역 작업은 바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채취한 미역을 햇살과 바람에 자연건조한 후에는, 반드시 사람의 손을 거쳐 다시 한 번 선별되고 정리된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건조된 미역을 펼쳐 놓고 하나하나 살펴보는 이 작업은 단순히 모양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미역의 빛깔과 윤기, 질감, 그리고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상품성과 먹을 가치가 있는 미역을 가려내는 섬세한 기술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는 분류 기준
선별 과정은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맡겨진다. 이들은 미역을 들고 햇빛에 비춰보면 단번에 품질을 알 수 있다. 윤기가 흐르고 색이 진한 검푸른 미역은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하며, 잘 마른 상태다. 반대로 색이 누렇거나 표면이 거칠고 말라붙은 미역은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류된다. 선별자는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질감을 느끼고, 줄기와 잎 사이에 이물질이 남아있는지 확인한다.
모양에 따라 상품성과 용도가 달라진다
미역은 모양이 고르면 포장할 때 보기 좋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잎이 찢어지거나 너무 얇거나 과도하게 구불구불한 것은 가정용 혹은 가공용으로 분류된다. 반면 형태가 고르고 펼쳤을 때 넓게 퍼지는 미역은 상품 가치가 높아 프리미엄 미역으로 별도 포장된다. 줄기, 미역귀, 잎 부분은 각각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분별로도 분리하여 선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잎은 국용, 줄기는 볶음용, 미역귀는 탕이나 반찬류에 쓰인다.


중량 기준에 따른 분류
시장 출하용 미역은 보통 200g, 500g, 1kg 단위로 포장되기 때문에, 선별자는 미역을 분류하면서 동시에 무게를 가늠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한 장당 무게를 손으로도 대략 알 수 있으며, 일정 무게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장수와 조합을 감각적으로 맞춘다. 같은 무게라도 보기 좋게 정리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판매가에 직접 영향을 준다.
숙련된 손기술의 영역
선별 작업은 반복되는 단순 노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숙련을 요구한다. ‘미역을 선별하는 손은 연륜이 담긴 손’이라는 말처럼, 좋은 미역을 한눈에 알아보고, 정리하고, 묶는 능력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어르신들의 손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고 관절은 닳았지만, 미역을 넘길 때의 손놀림에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다.


세대 단절 위기의 작업
문제는 이 기술이 세대 간에 자연스럽게 전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작업을 배우려 하지 않고, 선별 작업에 필요한 손기술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꺼려진다. 많은 마을에서 “이제 이 작업 할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미역 선별 작업은 고령화된 주민들 몇 명의 손에 의존하게 되었고, 작업량이 늘어도 일손이 부족하여 생산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선별은 단지 상품 분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해 동안 바다에서 거둔 미역을 정리하고, 그 미역이 가게에서 팔리고, 식탁에 오르고, 다시 마을로 수익이 되돌아가는 모든 순환의 출발점이 이 선별 작업이다. 그 한 장 한 장을 펼치고 고르고, 다시 모아 묶는 손끝에는 울진 사람들의 바다를 향한 애정과 책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