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과 품질 유지
울진의 미역은 단지 채취되고 말려져 포장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뒤에도 ‘보관’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눅눅해지고, 색이 변하거나 맛이 상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한 해 바다에서 어렵게 얻은 수고의 결실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바로 보관이다.




건조 직후의 상태 유지가 핵심
자연건조를 마친 미역은 적정한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분 함량이 15~18% 사이로 유지되도록 신속히 이동시키며, 이슬이나 비에 노출되지 않도록 저녁이 되기 전에 거두어 들여야 한다. 조금만 방심해도 미역은 수분을 흡수하거나 먼지를 뒤집어쓰고, 한 번의 실수로 수확량 전체를 망치게 될 수 있다.
통풍과 습도, 보관 환경의 3대 요소
미역을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통풍, 습도, 온도다. 창고 안은 바람이 잘 통해야 하며, 습도가 낮고 햇빛이 직접 들지 않는 곳이 이상적이다.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미역에 곰팡이가 생기고, 말라 있던 미역이 다시 눅눅해져 쭈글쭈글해지거나 색이 변하기도 한다. 특히 자연건조된 미역은 기계건조보다 수분 변화에 민감해 작은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계절에 따른 보관 방식의 변화
봄철 채취 이후 여름과 장마철을 지나며
미역의 보관 방식은 계절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져야 한다. 초여름까지는 창고에 거적을 덮어 두는 방식이 주를 이루며, 장마가 시작되면 실내 창고로 옮기거나 포장된 미역을 차광 보관한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 보관에는 유리하지만, 습도 조절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때에 따라 숯이나 석회, 흡습제를 같이 두기도 한다.
자연건조 미역 vs 기계건조 미역
자연건조 미역은 맛과 향에서 월등하다고 평가되지만,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점점 기계건조 방식이 늘고 있다. 기계건조 미역은 균일하고 보관이 용이하지만, 자연의 풍미는 덜하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자 중에는 자연건조 미역만을 찾는 이들도 있으며, 이들을 위한 보관 방식은 여전히 장인의 정성과 관리가 요구된다.


창고를 지키는 사람들
울진에서는 한동안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예보되면 미역 창고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젖은 거 걷었나?” “덮개는 제대로 씌웠나?” 이런 질문이 오가며, 자연건조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진다. 보관이란 단지 창고에 넣는 행위가 아니라, 바다에서 온 생명을 사람의 책임으로 지켜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