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취 도구
울진의 미역 채취 현장은 바다와 사람 사이에 놓인 작은 도구들의 협업 현장이다. 이 도구들은 단순한 장비를 넘어, 미역을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채취하기 위한 지역 특유의 생활기술을 상징한다. 해녀들이 사용하는 낫과 망태기부터, 떼배 위에서 미역을 자를 때 쓰는 낫대, 수중을 들여다보는 수경, 그리고 공동체 내에서 전해져 내려온 손수 만든 떼배까지, 이 모든 도구들은 울진 미역 문화의 일부이자 유산이다.




낫대
낫대는 울진 미역 채취 도구 중 가장 상징적인 존재다. 긴 장대 끝에 곡선형 날을 부착한 이 도구는 바위 틈 사이에 자라는 미역을 자르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해녀가 들어가기 어려운 수면 가까이에서 떼배 위에서 작업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장대는 대개 박달나무나 튼튼한 참나무로 제작하며, 낫은 날카롭게 세워 물속의 저항에도 정확히 자를 수 있도록 만든다.
창경 (또는 짬수경)
창경은 바닷속 미역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사다리꼴 형태의 나무틀 바닥에 유리를 부착하여 만든 이 수경은,
떼배 위에서 작업자가 바다 밑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물결의 반사를 줄이고 시야를 확보하는 기능이 있어, 미역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역낫
해녀들이 직접 물속에서 미역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손낫이다. 수심이 깊거나 바위의 틈이 얕을 때 낫대보다 더욱 정교하게 작업할 수 있어, 물속에 잠수하여 직접 채취할 때 반드시 지참하는 도구다. 일반 낫보다 크기가 작고, 바다 생물에 덜 손상되도록 둥근 곡선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틀개
틀개는 바위 사이에 촘촘히 엉켜 있는 미역을 휘감아 채취하기 위해 사용되는 특수한 도구다. 장대 끝에 네 갈래로 뻗은 작은 가지형 구조물이 부착되어 있으며, 이를 바위틈에 넣고 회전시켜 미역을 감아 한 번에 걷어올리는 방식이다. 틀개는 손의 감각이 중요한 도구로,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미역망태
채취한 미역을 담는 그물망이다. 해녀는 물속에서 이 망태를 몸에 메고 다니며 자른 미역을 차곡차곡 넣는다. 작업이 끝나면 떼배에 매달거나 줄에 걸어 육지로 운반하며, 망태는 바닷물에 쉽게 씻기고 무게를 분산할 수 있도록 그물형 구조로 되어 있다.
떼배와 그 구성 요소
떼배는 울진 미역 채취 문화를 대표하는 전통 무동력선이다. 오동나무 여러 개를 평평하게 엮어 만든 밑판에 노지게, 노좆, 박노(노), 삿대 등으로 구성된다. 밑판은 고로쇠나 철심으로 고정되며, 배 전체는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얕은 바위 틈에도 유연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노지게는 노를 고정하는 구조물이며, 노좆은 노를 끼우는 못, 박노는 배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긴 막대다. 떼배는 조합과 구조, 목재 재질이 모두 작업 환경에 맞춰 세밀하게 계산된 전통 지식의 산물이다.

울진의 미역 채취 도구들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전해진 노하우의 집합체다. 해녀의 손끝에서 미역을 자르는 낫부터, 수면 위에서 묵직한 떼배를 다루는 삿대까지, 각 도구는 작업 방식과 물의 흐름, 바위의 모양, 그리고 사람의 몸짓을 고려해 발전해왔다. 손으로 만든 도구이기에 손으로 다뤄야 정확하고, 사람의 감각으로 움직여야 생명이 살아있는 미역을 제대로 다룰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울진 바다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지혜의 도구들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자 기술, 그리고 공동체의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