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건조 기술

미역 채취가 끝났다고 해서 작업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한 작업은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바로 바람과 햇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는 미역 건조 작업이다. 울진 지역의 미역은 대부분 자연 건조 방식으로 말리는데, 이 과정에서 미역의 품질과 상품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건조 작업에 더욱 신경을 기울인다. 한 장 한 장 펼쳐 널고, 뒤집고, 모으는 일련의 반복 속에서 미역은 하나의 ‘상품’이 아닌 ‘작품’이 되어간다.

건조 시기의 판단

미역은 채취 이후 가능한 빠르게 건조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색이 변하지 않고 조직이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채취 시점부터 이미 건조를 염두에 두고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하거나, 바람의 방향과 햇살의 세기를 가늠해 놓는 것이 마을 작업의 기본이다. ‘삼박자’ 중 하나로 꼽히는 ‘하늘 날씨’는 건조 시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바람의 방향과 햇살

울진 지역에서 가장 좋은 건조 조건은 남서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이다. 이 바람들은 습기가 적고, 미역을 빠르게 건조시켜 색을 선명하게 만든다. 반면 북동풍이나 북풍, 남동풍은 습도가 높아 미역 색을 누렇게 만들고 건조 속도도 느리다. 햇살 또한 일정하게 비춰야 하며,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미역을 건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민들은 매일같이 하늘을 관찰하며 건조 여부를 결정한다.

건조 방식과 도구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자갈밭 위나 모래사장, 시멘트 바닥에 미역을 펴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자연의 흐름을 가장 그대로 반영하며, 미역의 맛과 향이 가장 좋다고 평가된다. 다만 기후 변화로 인해 자연 건조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건조기(열풍 건조기)를 설치하여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건조에 사용되는 도구로는 ‘미역발’이라고 불리는 직사각형의 철사틀이 있으며, 여기에 미역을 가지런히 널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다.

열기와 다듬기

미역을 널고 말리는 작업은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그냥 펼쳐두는 것처럼 보여도, 미역 한 장 한 장을 균형 있게 펴고 뒤집고 엉키지 않도록 다듬는 과정은 손끝 감각이 필요한 고된 작업이다. 특히 예쁘게 마른 미역은 판매가가 높기 때문에, 미역을 ‘열고 다듬는’ 기술은 숙련자에게만 허락되는 중요한 작업이다. 겉에 보이는 면이 고르게 펴져 있어야 포장할 때도 보기 좋고, 무게도 일정하게 맞출 수 있다.

보관과 기후 리스크

건조 작업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날씨다.
갑작스런 비나 이슬, 습한 밤공기는 이미 말린 미역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미역을 모두 거두어 거적에 덮어두고, 다음 날 다시 펼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건조 기간 동안에는 사람이 항상 현장에 머물러야 하며, 날씨에 따라 예정보다 작업이 길어지거나 전량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 건조 vs 건조기

최근에는 어촌계마다 열풍 건조기를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고령화된 마을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건조 작업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여전히 자연 건조된 미역이 더 맛이 좋고, 바다의 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자연 건조 미역만을 찾기도 하며, 이는 울진 미역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건조는 미역이 바다에서 나와 ‘먹을거리’가 되기까지 거치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손과 바람, 햇빛이 만나 하나의 생명을 완성시킨다. 고르게 말려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미역 한 장은, 사흘 낮과 밤을 매만진 누군가의 수고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렇듯 울진의 미역 건조 기술은 단지 생산을 마무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시간이 교차하는 마지막 작업이자 문화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