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및 보관

미역 채취와 건조를 마친 이후에도 작업은 끝나지 않는다. 말려진 미역이 제 값을 받고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포장과 보관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유통의 편의를 위한 절차가 아니다. 미역의 품질을 유지하고, 가치를 보존하며, 다시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준비하는 중요한 마무리다.

미역 다듬기와 선별

건조를 마친 미역은 곧바로 포장하지 않는다.
우선 사람 손으로 일일이 펼쳐보고, 잎의 모양과 색, 두께 등을 확인하며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품성이 있는 미역은 표면이 고르고 색이 검푸르며, 광택이 흐른다. 선별된 미역은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다시 분류된다. 이때 사용되는 기술이 ‘열기’와 ‘다듬기’이며, 이는 고도의 숙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모양이 흐트러지거나 접힌 부분은 손으로 다시 펴고, 잘린 부분은 제거하여 정돈한다.

묶음과 중량 정리

다듬은 미역은 판매 단위에 따라 일정량씩 묶는다. 대표적인 단위는 200g, 500g, 또는 1kg이며, 미역귀, 줄기, 잎 등의 부위에 따라 묶음 방식도 달라진다. 특히 포장 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중량의 정확성이다. 저울로 1장씩 무게를 달아가며 봉지에 담고, 같은 중량이라도 가장 보기 좋게 모양을 맞추는 것이 울진 지역 숙련 작업자의 특징이다.

전통 포장 방식과 변화

과거에는 마른 미역을 그대로 묶어 종이로 싸거나, 가마니에 넣어 운반하곤 했다. 요즘은 비닐 진공 포장이나 산소 차단 포장지를 사용하여 장기 보관과 위생을 동시에 고려한다. 이와 함께 지역 특산물 인증 마크를 부착하거나, 생산지를 표시하는 라벨도 부착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보관 환경과 기간

포장된 미역은 습기와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며, 통풍이 잘되는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습한 날씨나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미역이 눅눅해지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장 창고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연 건조된 미역은 기계 건조보다 보존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보관 환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동 포장과 유통

울진의 어촌계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생산된 미역을 공동으로 포장하고 출하하기도 한다.
해녀나 조별 작업자가 채취한 미역은 일정한 장소로 모아지고, 마을 단위에서 포장과 라벨링을 진행하여 외부로 유통한다. 이러한 공동 유통 방식은 품질의 균일함을 유지하면서도 작업자의 분배 기준과 수익 배분 구조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포장과 보관은 미역이라는 생명이 육지에 올라온 뒤 입는 첫 번째 옷이고, 다음 바다의 계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마지막 마무리다. 손으로 짚어본 촉감, 빛에 비춰본 색, 그리고 무게를 맞추는 섬세한 감각은 바다에서의 노동 못지않게 중요한 정성과 기술을 요구한다. 울진의 미역은 단지 해조류가 아니라, 하나의 손끝에서 정리된 기억이고 기록이다. 그 포장에는 바다의 결과 사람의 손결이 함께 담겨 있다.